한 달 동안 도그냥님이 이끄는 역기획 스터디에 참여하였다. 이 스터디는 콘텐츠 기획을 하다가 서비스 기획으로 진로를 바꾸려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러했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서비스 기획자의 업무는 보기 좋고 사용하기 좋은 UI를 그리고,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찾아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기획 스터디를 하고 나니 그동안 편협한 시야에 머물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서비스를 바라보는 시야가 확실히 넓어지면서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라는 말이 와닿는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역기획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역기획이란?
이미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서비스를 보면서 역으로 어떻게 기획되었는지 정리하는 방식이다. 기획은 사고의 과정, 데이터와 로직을 주어진 조건 내에서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사한 서비스를 리스트업 하여 유저 입장에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비교하여 개선점을 내는 것은 잘못된 역기획 방법이니 주의하자!
첫 번째, 서비스를 선택하고 둘러보며 이용해 본다.
서비스를 가장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많이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 회사의 비즈니스 배경 및 전략을 파악한다.
이 회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어쩌다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인지에 대한 비즈니스 배경을 알아야한다. 궁극적으로 회사가 달성하고자 하는 워너비(비전)가 무엇인지, 달성하고자 하기 위해서 완수해야 하는 것(미션)이 무엇인지, 그래서 서비스의 최종 목적(목표)이 무엇인지 전략 방향성을 조사한다. 이런 정보들은 대부분 CEO 인터뷰, 보도자료, 기업별 채용 사이트, 기업 소개 사이트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세 번째, 서비스 수익 구조, 서비스 플로우, 메트릭과 운영 요소에 대해 정리한다.
서비스 수익 구조는 이 서비스가 무엇을 통해 돈을 버는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무엇을 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당근마켓은 대부분 커뮤니티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어 어디서 돈을 버나 싶어도 사실은 어딘가에서 돈을 벌고는 있지 않을까? 수익이 없다면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발판도 마련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지 않을까? 에 대해 생각해보자.
서비스 플로우는 직접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어떤 프로세스로 이루어져 있는지 살펴본다. 플로우를 정리하는 기준은 화면 단위가 될 수도, 서비스 관점이 될 수도, 프론트/백이 될 수도, 구매자/판매자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커머스에서 프론트(사용자)는 [회원가입 - 상품 조회 - 장바구니 - 주문 - 결제 - 배송]과 같은 프로세스, 백(관리자)은 [입점 - 상품등록 - 주문 접수 - 결제내역 - 배송내역 - 정산내역]과 같은 프로세스를 예상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왜 이런 플로우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백단에서 상품을 등록해야 프론트단에서 상품을 조회할 수 있고, 프론트단에서 상품을 주문해야 백단에서 주문 내역을 확인해볼 수 있는 것처럼 실제 흐름을 생각해보면 왜 이런 플로우가 만들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다.
메트릭과 운영 요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프론트에서의 '회원가입' 단계를 예로 들어보자. 패션 플랫폼에 회원가입할 때 신체 정보를 입력하는 경우가 있다.(우리는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정보를 입력했겠지만 역기획을 할 때는 항상 의문을 품고 바라봐야 한다.)
어쨌든 이 서비스가 신체 정보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건 알겠는데, 왜 수집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된다. 단지 궁금해서 정보를 달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 데이터를 어딘가에 활용하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이 서비스가 수집하는 데이터들이 무엇이 있는지 서비스 곳곳에서 발견해보자.
또한, 회원가입 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메트릭은 무엇이 있으며 운영에 어떻게 직결되는지 추측해볼 수 있다. 메트릭이라는 단어가 생소할 수 있는데 회원가입 단계에서 유저로부터 어떤 의미 있는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지 추측해 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회원가입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혹은 회원가입을 하다가 귀찮아서 이탈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탈한다면 어느 구간에서 이탈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회원가입률을 파악할 수 있고, 이탈 구간에 대한 개선안을 생각하여 원활한 운영에 반영할 수 있다.
네 번째, 서비스의 특이하고 불편한 점을 찾아서 어떤 전략적 이유에서 선택했는지 추론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치명적인 오류는 아니지만 사용하기 불편한데 왜 이렇게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실무 경력이 많고, 다양한 직군이 함께 고민하며 일하는 회사에서 그런 불편한 부분을 모르고 있을 리는 없다. 불편한 UI나 기능이 왜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인지 생각해본다.
예를 들어, 유튜브의 영상이 재생되기 전에 광고가 노출되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자. 우리가 유튜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유튜브를 보다가 광고 때문에 불편해서 광고를 없애고 싶습니다! 라고 개선안을 발표했다고 생각해보자. 유튜브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데, 이 광고를 없애버린다면 수익 구조가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유튜브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광고는 유지하되 원한다면 광고를 없애주는 유료 멤버십인 유튜브 레드에 가입하도록 유도한다. 즉, 불편한 것도 다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수익 구조 때문에, 법적인 문제 때문에, 정책 때문에, 더 중요한 다른 것을 먼저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유를 추론해보면 반박할 수 없는 좋은 개선안이 나올 수 있게 된다.
다섯 번째, 서비스 전략에 비해서 미진하게 느껴지는 문제점을 찾아낸다.
두 번째 단계에서 조사한 회사의 비전, 미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지 찾아낸다.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니 초심을 잃고 새로운 신기술을 다 집어넣거나 트렌드를 모두 집어넣어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고 혹은 스타트업의 경우 아직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전, 미션, 목표에 보다 미진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부분을 찾아내 보자.
여섯 번째, 동종업계에서 벗어나 동일한 프로세스와 전략적 문제를 잘 해결한 서비스를 추가 분석한다.
발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서비스를 찾아본다. 단, 동종업계는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당근마켓, 중고나라는 중고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순하게 보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 같지만 각각의 비전과 목표는 상이하다. 당근마켓은 사실 지역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중고거래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중고나라는 중고거래를 목표로 한 서비스이다. 이렇게 추구하는 바가 다른데 서로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찾아서 개선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같은 서비스처럼 보여도 타깃팅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추구하는 바가 동일한 타 업계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업종은 다른데 유사한 전략, 타깃, 프로세스를 가진 배달의 민족과 야놀자가 있다. 배달의 민족은 [식당 소개 - 주문 - 결제 - 배달]의 프로세스를, 야놀자는 [숙소 소개 - 주문 - 결제 - 숙박] 프로세스를 가진다. 이처럼 다른 업종이지만 추구하는 바가 동일한 서비스를 분석하여 개선점에 어떻게 녹일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일곱 번째, 서비스 전략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할 수 있는 개선안을 제시한다.
비전, 미션, 목표에 어긋나는 부분을 발견했다면 개선안을 생각해보자. UI에 대한 고민에서 끝내지 않고, 프론트단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실제 백단에서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실제 서비스에 반영된다면 고려해야 할 부분이 무엇이 있을지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더 나아가 이 서비스를 실제 오픈한다면 어떤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고, 어떤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지, 그 데이터를 통해 운영에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더욱 좋은 개선안이 도출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기획을 할 때 주의사항을 살펴보자.
- 이 서비스가 실현하고자 하는 비전과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뭘까?
- 서비스 기능들은 비전, 가치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지?
- 지금 설계된 플로우대로 유저가 경험할 때 서비스 목표가 달성되는 건가?
- 어떤 지표가 달성될 때 이 기능의 목표가 달성된다고 볼 수 있을까?
- 이 서비스(또는 기능 단위)가 동작하려면 사전에 어떤 데이터가 필요할까?
- 이 서비스(또는 기능 단위)를 운영하는데 자동으로 되는 영역과 수동으로 되는 영역은 무엇일까?
- (불편한 UI가 있는 경우) 더 나은 UX 방향이 있는데도 굳이 이렇게 만든 이유는 뭘까?
- 현재 이 서비스(또는 기능 단위)를 통해서 수집하고 있는 데이터는 뭘까? 그 데이터로는 이후에 뭘 하려고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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